K군에게 인터넷 강의란? 줄줄이 '비엔나소시지'다.
#1. 우리의 K군, 몇 달 전엔 떨어진 외국어 성적을 붙잡겠다며 의욕적으로 인강을 신청했다. 그러나 당찬 포부는 어디로 가고, 방학이 끝나가는 지금 보니 절반도 못 들었다. 큰일이다. 수강 일도 얼마 안 남았는데…… 부랴부랴 밀린 강의들을 몰아치는 우리의 K군. 쉬지 않고 하루에 4~5개 강좌를 몰아쳐서 어찌어찌 듣기는 했는데…… 남는 게 없다. K군, 괜히 강의를 탓해 본다.
L양에게 인터넷 강의란? 영화 감상이다.
#2. 선생님이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가르쳐주신다는 친구의 말에 강좌를 신청한 L양. 그런데 수업내용 보다는 웃기는 얘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강의 내용 중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어도 그냥 넘어가기 일쑤다. 책 읽는 것보다는 잠이 덜 오니, 자습시간이면 으레 PMP로 틀어둔 채 쳐다보곤 한다. 정작 교재에 필기는 별로 없지만, 왠지 인강을 들은 것만으로도 공부가 다 된 기분이다.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인터넷 강의' (흔히 줄여서 인강)과 관련된 학생들의 고민 가운데 몇 가지를 이야기로 각색해 보았다. 이제 인강은 이미 수험생들의 보편적인 학습도구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구들끼리 좋은 강좌, 선생님에 대해 정보를 나누는 것이 하나의 일상, 문화가 되기도 했고, 어떻게 보면 우리는 공부하기에 정말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강은 그야말로 잘만 활용하면 성적을 쉽게 끌어 올리도록 도와주는 유용한 학습도구다. 가장 큰 이유로는 효율성을 꼽을 수 있다. 인강은 학원·과외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접할 수 있다. 가끔 현강 수업보다 현장감이 떨어지기도 하고 피드백이 덜 원활하기는 하지만, 대신에 시공간에 구애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험생들은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원하는 시간대에 접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강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인강은 만능이 아니다. 학습을 도와주는 친구이자 도구인 것이다. 따라서 인강을 듣는 데 있어서도 철저한 자기관리와 체계적 수강이 동반되지 않으면 K군의 비엔나 소시지식, L양의 영화 감상식 인강 듣기처럼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인강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입체적 활용방법 4단계를 파헤쳐 보자.
Step 1. 자기에게 맞는 인강 고르기 :
인강의 강점은 수업의 순서나 내용을 자신에게 맞게 골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자신의 수준에 맞게,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강의인지 꼼꼼히 비교해 보고 따져야 한다. 선생님의 인기도만 치중하기 보다는 커리큘럼의 적절성, 자신의 현재 성적, 인강의 분량 등의 기준을 우선하는 것이 좋다.
인강을 고를 때에는 우선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다. 자신의 실력을 이전의 시험 성적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래야 개념을 들을지 심화를 들을지, 어법 강좌를 들을지 독해 강좌를 들을지 등을 명확히 할 수 있다. 가끔 짧고 빠른 것만 선호하는 학생도 있는데, 자신의 기초가 부족하다면 천천히 짚어주는 강좌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좋다. 자신에게 맞는 좋은 인강의 선택은 인강 활용 성공의 절반을 좌우한다.
step 2. 인강 수강 계획 짜기
하나의 인강을 신청했다면, 그리고 그것을 완강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무턱대고 1강 버튼 누르기 전에, 일단 강의계획서를 천천히 살펴라. 강의계획서는 자신이 앞으로 공부해 나갈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또, 강의계획서를 바탕으로 자기 수준에 맞게 수강순서를 재조정할 수도 있다. 오리엔테이션 강좌는 듣는 것이 좋다. 선생님이 앞으로 진행할 강의와 수업 스타일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구체적인 수강 일정을 정해야 한다. 자신이 하루에 얼마나 소화할 수 있는지, 목표로 하는 시기까지 얼마나 남는지, 혹시 다른 과목 공부와 충돌되지 않는지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스터디 플랜을 짠다. '하루에 몇 강' 이런 식으로 대충 짜지 말고, 되도록 정확히 '언제는 이것을 보고 언제는 저것을 보자', 이렇게 다이어리에 날짜 별로 체크한다. 이 때, 하루에 듣는 수업 분량은 자신이 충분히 소화하고 복습할 수 있는 정도여야 한다. 지나친 욕심은 금물이다.
1시간의 수업을 들어서 다 이해가 되었다 하더라도, 30분 정도는 그 수업 내용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해가 안 된 강좌라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일정 범위 이상 강의가 쌓이면 다시 그것을 모아서 복습하고 중간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인강 듣기는 강제성이 없는 만큼, 자기 자신과의 철저한 싸움이다. 따라서 밀리거나 처지지 않으려면 계획을 꾸준히 실천할 수 있게 세우는 것이 좋다. '나는 나를 못 믿겠다.' 이런 학생이라면, 같은 인강을 듣는 친구끼리 모여서 스터디 모임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함께 계획을 짜서 정해진 시간에 함께 실력을 점검해 보고 서로를 독려할 수 있다.
step 3. 예습은 시간을 절약하는 지름길!!
‘예습하는 데도 시간이 몇 십분 들 텐데 시간 절약이라니 웬 말이냐?‘ 하지만 혼자서 공부하는 인강도 수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습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수학과 같은 과목은 미리 문제를 풀어놓지 않으면 수업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고, 강좌 중에는 매 시간 숙제를 내 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예습을 통해 자기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부분을 파악해 두면, 그 부분을 스킵(skip)해서 시간을 아낄 수도 있다. 예습을 할 때에는 꼼꼼하게 하려고 하기 보다는 교재 내용을 전반적으로 훑으면서 잘 모르는 부분에 별표를 쳐 두는 방식이 좋다. 별표를 쳐 둔 부분이 나올 때, 선생님의 설명을 좀 더 집중해서 듣는다면 나중에 이해가 안 가서 다시 듣는 수고도 줄일 수 있다.
step 4. 컴퓨터 화면을 넘어서서 선생님과 '대화'하기!
앞서 잠깐 말했지만 인강은 현강보다는 현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 선생님과의 ‘피드백’이 조금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L양의 경우처럼 자신이 듣는 것만으로도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이 일어날 수 있다.
여러 개의 강좌를 복습 없이 연속으로 듣는 것도, "음, 그렇구나"하고 그냥 넘어가는 것도, '인강을 들은 것 = 공부한 것' 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최면 효과가 일어나는 것은 선생님과 나 사이에 '상호작용'이 없어서, 내가 잘 모른다는 것을 선생님이 눈치 채서 다시 설명해주시거나, 바로 바로 질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 되면 되게 하라‘는 말처럼 나와 선생님이 컴퓨터 화면을 사이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선생님과 대화하고 있다고 머릿속에 그려보자. 누가 듣는 사람은 없지만 맞장구도 쳐 보고, 강의 내용에 대해 후기도 올려 보고 하면서 선생님과의 친밀도를 높여라!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수시로 일시 정지한 뒤 다른 참고서나 교과서를 참고하여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래도 풀리지 않는다면 메모해 둔 뒤, 강의가 끝나고 질문 페이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라. 질문 페이지에는 다른 학생들의 궁금증도 많이 올라와 있으니 가끔씩 읽으면서 답 글을 달아보는 것도 공부에 도움이 된다. 그러면 어느새 강의를 하는 선생님과, 강의를 듣는 다른 학생들과도 소통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수능 공부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한 강사의 이야기 (0) | 2010.07.06 |
---|---|
수능 삼수생 탈출기 (0) | 2010.02.07 |